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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원주불교의 역사적 전개
족 세력들은 종래 호족으로서 선호했던 사상과는 다른 새로운 불교사
상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들 중앙귀족 세력과 연계하
면서 화엄종과 함께 고려 불교계를 주도했던 교종 종파 중의 하나인
법상종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전기 고려사회에 법상종이 전면에 등장하여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한 것은 현종대에 현화사(玄化寺)가 창건되면서이다. 현화사가 창건
되어 법상종의 중심사찰이 되면서 그 주지를 역임한 법상종 승려들이
왕사나 국사의 지위에 올라 불교계를 주도하게 되면서 법상종의 교세
역시 융성하게 되는 것이다. 지광국사 해린(海麟, 984~1070)은 이러한
고려전기 법상종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 중의 한 사람이었다.
원주의 원(元)씨 출신으로 역시 원주지역의 사찰인 법천사(法泉寺)를
본사로 했던 이가 바로 지광국사 해린이다.
법천사는 신라하대에 북원부에 설치된 관단(官壇)사원이었을 것으
로 추정된다. 중원부 곧 충주 출신인 진관대사 석초(釋超, 912~964)가
928년에 법천사에서 구족계를 받은 기록이 있고, 해린이 유식학을 수
학한 곳이 주로 법천사였던 것으로 보아 법천사는 신라하대 고려전기
에 걸쳐서 유식학이 전승되던 법상종 사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천사는 임진왜란 때 전소될 때까지도 해린이 활동하던 시대의 흥
성하던 사세는 아니라고 해도 꾸준히 사격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주지역에서는 법천사를 중심으로 조선시대까지도 유식학의 전승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인다. 법천사는 해린과 그 직제자
인 인주 이씨 출신의 소현(韶顯) 이후 인주 이씨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나, 1126년 이자겸의 난이 실패하면서 사세가 크게 축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