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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 작가마당
종이컵
? 차진화 ?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하얀 컵에는 어느 날
사라지고 없는 학교 앞 잘 삶아진
번데기들의 모락거림이라든가
쓰적이던 안개들과 계절의 별들이 기울이던
고백의 어지러움이라든가
점점 먹먹해지던 나이 전부를 담을 수 있지
바람 부는 파랑공원 잔디에 앉아
때 없이 우는 어느 집 수탉의 처마를 보며
대신 긁어주는 누가 있었으면 하고
쥐떼를 떠올리다 기울이는 거지
밑구멍에서부터 스멀거리던 배설 서리에
차디 찬 잔디들이 몸통 열고 들어 가
내장 다 파먹고 빠져나오는 늘
그 자리에 뒹구는 바람의 껍질 같은 거
치워도 다음날이면 수북이 쌓이는 꽁초와 김빠진
소주병들이 병든 벌레들의 날갯짓으로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위로를 들어 올리면 아직도
무성한 나뭇잎 사이 반짝이는 새떼마냥
거미다리 같은 손가락을 빠져나와
빛의 껍질처럼 날아오르는 거
- 「시문학」 등단
- 생명문학상 외
- 원주문인협회 사무차장, 원주예총 편집위원, 강원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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